애플 MR 헤드셋, 가격장벽 못 낮추면 대중화 어려워
VR/AR 지나친 낙관론 경계, 대규모 투자 꺼려

애플의 '비전 프로'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비전 프로'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애플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애플이 지난달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한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OLED가 가상현실(VR) 기기에 적합한 디스플레이인 건 분명하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마이크로OLED는 유리나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하는 OLED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하는데요. 이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마이크로OLED를 만듭니다.

최근 공개된 비전 프로에는 화이트(W)-OLED 기반의 마이크로OLED가 들어갔는데요. W-OLED에 컬러필터를 형성해 적·녹·청색을 구현했습니다.

비전 프로는 안쪽에 우표 크기 정도의 디스플레이 2개를 장착했는데요. 바로 소니가 공급한 기술입니다. 4K급 2개 디스플레이를 합쳐 2300만 픽셀(화소) 화면을 구현했습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대를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이크로OLED의 시장성을 보수적으로 보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 당장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직 초기 기술이어서 생산성이 높지 않은 것이 큰 이유입니다. 트렌드포스는 비전 프로에 들어간 2개의 마이크로OLED 합산 가격을 700달러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앞서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비전 프로의 제조원가가 1509달러라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사실일 경우 내부 디스플레이 가격만 제품 원가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망에 진입한다고 해도 단기간 제조원가를 크게 낮추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가를 낮추려면 대규모 양산체제를 갖춰야 하는 데 VR/증강현실(AR)이 수년 내 '넥스트 스마트폰'이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마이크로OLED 생산수율이 낮은 것도 문제입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실리콘 웨이퍼에 유기물을 증착할 때 먼지와 같은 오염 요소가 유입될 수 있다는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유리기판에 유기물을 증착하는 방식과는 달라서 여러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애플이 보급형 MR 헤드셋에 굳이 마이크로OLED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보급형 제품에는 미니LED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게 적합하고, 방향성을 바꿀 여지가 충분하다는 겁니다. 보급형 제품을 내놓는 시점이 2025년께가 되더라도 말이죠.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보급형 제품에도 마이크로OLED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정확한 내용은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한 마이크로OLED가 수년 내 나올 수 있다면 애플은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시야(SeeYA)는 애플 측에 마이크로OLED 샘플을 여러개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애플이 이 회사의 기술력을 이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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