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우리 해역 방사능 안전 관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우리 해역 방사능 안전 관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일차적으로 일본의 문제다. 방류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해양생태계가 위험해진다면 일본 사람과 바다가 가장 큰 피해를 당하게 되는 일로, 일본인 전체가 반대해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오염수는 일본의 동해를 맴돌다 태평양으로 흘러나가 수년 후에 동아시아 바다로 환류한다고 한다.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을 맞고 태평양전쟁 패전을 선언한 세계 유일의 원자탄 피폭국가다. 방사성오염문제에 대해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방사성 트라우마의 나라다.

국력면에선 어떤가? 20세기 한 때 미국과 세계경제의 패권을 다투던 나라다. 지금도 미국 중국 다음의 3대 경제강국이다. 특히 경제나 과학기술 분야에선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다. 재력에서 가질 만큼 가졌고, 지력(知力)에서 알 만큼 아는 나라, 아는 국민이다.

오염수 방류문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섣부른 결정을 내릴 리도 없고, 일본 국민이 그런 결정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반대는 방사능의 위험성에 무지하다고 일본을 조롱하는 꼴이 된다.

그런 반대는 일본인들의 공감보다는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중국 동해안에 55개의 원자력발전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50배나 많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중국이 일본에 대해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구가 아니라“고 강력한 반대를 표명하자 일본이 ‘사돈의 남 말’이라고 대응하고 있는 데서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략 찬성이 60%, 반대가 30% 정도다. 한국의 비슷한 조사에선 반대가 80%, 찬성이 10% 정도다. 한일 간의 찬반 역비례 현상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일본의 찬성 60%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과학에 대한 신뢰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 30%는 환경단체와 수산업 종사자들, 일반인들 사이에 잠재해 있는 방사능 트라우마의 영향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30%의 반대세력 중에 이념성향의 환경단체와 생계가 걸린 수산업계의 반대는 찬성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하겠다. 찬성률을 끌어올릴 지렛대가 있다면 과학기술과 친숙하고, 정부 시책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일본의 국민성일 것이다.

한국의 반대 80%는 당할 이유가 없이 단순히 이웃을 잘못 만나 당하는 피해이므로 당사자인 일본보다 반대의 강도는 강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방류를 안 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주변국들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다분히 감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성의 여과를 거치면 반대의 강도는 낮아질 여지는 있다.

한국의 반대는 정부와 과학에 대한 불신이 바탕에 깔려있고, 이 문제를 선거용 정치 이슈로 소비하려는 야당의 의도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야당이 윤석열 정부가 대일외교에서 과거사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제동을 걸 목적도 내포돼 있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가 35년이나 되는 한국의 입장이 중국이나 동남아국가, 태평양 연안국들과 다르긴 하지만, 한국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판단을 기준으로 일본의 방류조치를 이해하는 것으로 정리됐고, 동남아 태평양 연안국들도 같은 입장이다.

한국보다 반대가 많은 나라는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과 북한이다. 여론조사를 한다면 100% 가까운 반대가 예상된다. 실제 중국의 관영TV방송인 CGTN이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4월 자사의 세계 주요 거점방송국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선 93.2%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부터 방류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류의 국내외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지금의 60% 대의 찬성을 70% 이상으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기시다 총리가 직접 어민 설득에 나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이 문제를 놓고 하등의 할 이유가 없는 정쟁을 하고 있다. 반대 여론이 높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야당이 이를 이용해 정부여당과 일본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여당이 할 일은 일본이 약속한 방류 처리수의 무해성 담보 조치의 이행여부를 감시하는 것이다. 야당의 비합리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과학과 합리로 반론하면 된다. 야당과의 싸움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작업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여당이 야당의 반대운동을 비난할 목적으로 마치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이 대응하는 것은 국민의 반감만 자초할 뿐이고, 일본 정부가 고마워할 것 같지도 않다. 한일 사이가 벌어지기를 바라는 중국만 좋아할 일이다. 이 문제를 놓고 서로 ‘매국노’라고 삿대질하는 한국의 정치는 세계의 웃음거리다.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를 승인한 IAEA의 보고서에 대해 IAEA에 재정적 기여도가 많은 일본의 입김이 반영된 보고서라고 음모설을 제기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과학적 근거를 밝혀 반박하지 못할 거면 입을 닫는 게 나았다고 본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 현지조사를 나간 것이나, 총리관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최근엔 6~8세 어린이 ‘운동가’들을 동원해 방류반대 행사를 연 것 등은 중국 공산당조차 하지 않는 유별난 것이다. 민주당의 반대 운동에 대한 일본의 무대응이 치지도외(置之度外) 수준인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사돈 남 말’식의 반대나 한국 야당의 근거박약한 반대가 일본 여론을 자극해 일본 내 찬성여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조짐도 있다. 그것은 처리수 방류문제를 민족감정적 대결양상으로 번지게 하는 것으로 문제의 바른 해결책도 아니다. 과거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터에 새로운 정쟁거리를 만드는 것은 한국으로선 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 임종건 칼럼니스트 프로필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에서 편집국 국차장, 논설위원, 사장을 지내는 등 36년 동안 언론에 몸담았다. 사실과 경험에 입각해 글을 쓰겠다는 다짐에서 ‘드라이 펜(Dry Pen)’을 필명으로 삼았다. 한국일보 시절에 주간한국 기자와 부장을 지낸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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