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한 건설 현장.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
중국 상하이의 한 건설 현장.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

중국발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소비 위축에 부동산발 위기가 겹치며 경제 성장률도 추락이 불가피 하다.

미국은 경제 호조로 긴축이 장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반대 상황을 맞고 있지만 중국발 위기가 지속될 경우 세계 각국으로도 파장이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쟁 구도 역시 바이든 대통령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발발 후 철저한 봉쇄로 방역 성공을 주장했다.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으로 지난해 결국 방역을 포기했지만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훈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중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인 부동산 분야가 위기의 진앙이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에 이어 부동산 위기 시발점이었던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은 특정 투자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을 중단하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위기는 부동산에 그치지 않는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6.3%에 그쳤다. 중국 경제가 8% 성장을 이어가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도 5%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해외 투자은행들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JP모건체이스는 4.8%, 바클레이스는 4.5%로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상반기 경제성장률 발표 이후 암울한 전망은 확대 일로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수출은 5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 7월에는 전년 동기에 비해 14.5%나 감소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는 소식은 더 큰 충격파를 남겼다. 향후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생산자 물가는 6월에는 -5.4%까지 추락한 상태다.

부동산 거품이 낀 상황에서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중국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디플레이션이 유발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정확한 진단과 투명한 정책이 요구되지만 중국에 그런 희망을 갖기는 어렵다.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이 21.3%로,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국가통계국이 8월부터는 청년실업률 통계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서방의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리창 총리가 고위 관료들에게 소비 촉진과 투자 촉진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시장을 안정시키키엔 역부족이다. 인민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조치도 위안화 약세만을 부추겼다.

경제 상황은 시 주석이 나서야 할 상황에 이르고 있지만 시 주석은 예상과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가 최근 시 주석이 인내를 강조한 연설 내용을 공개한 것은 최근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연설은 지난 2월에 한 것이지만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에게 시 주석의 지침을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인내를 앞세우면서 현재의 위기를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정도로는 과거 각종 위기시마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경제를 회복시켰던 중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안보 차원의 대응에 집중하느라 경제대응에는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부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 경제 회복에 존재하는 일시적인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내부의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위기는 정치 위기로 번지기 마련이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기간 3연임을 이뤄냈지만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공산당 독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 경제 부진의 원인에는 미국의 압박도 빼놓을 수 없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 대 중국 투자 제한 등과 같은 조치는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 밀착하고 있지만 기술과 금융 패권을 거머쥔 미국의 압박을 헤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지만 오히려 미국과 달러에 대한 신뢰는더 커졌다. 미국은 금리가 치솟았음에도 경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완전고용이 지속되면서 소득도 늘고 소비도 선순환하고 있다. 지난해 중반 9%에 육박했던 물가상승률도 3%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피치의 신용등급 조정은 오히려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높은 이자를 주는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달러 강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에게 경제가 고민거리라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재집권이라는 고민이 따른다. 시 주석이 경제 악화에도 단단한 집권 기반을 마련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확언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AP 통신과 NORC 여론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36%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했다. 다른 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바이든의 직무 전반에 대한 지지율도 42%에 그쳤다.

폭스뉴스 등 보수매체들의 여론 조사 결과는 더 부정적이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경제 정책 지지율이 25%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뜻하는 ‘바이드노믹스’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맞수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추문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 비하면 바이든은 확실한 우위를 위한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비용 절감, 대기업 증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1년을 맞아 대대적인 성과 홍보에 나선 것은 이런 배경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경제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한 것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차이나 리스크'가 바이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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