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AP연합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AP연합

“어쨌든 올해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린다”

채권시장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기대에 묘한 반전의 조짐이 일고 있다. 동시에 앞서 2년 간 반복됐던 '연초 금리가 낮게 유지된 후 하반기에는 반등했던 경로가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이미 인상 사이클 종료 및 인하 시사를 통화당국이 직접 기조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시중금리의 추세적인 하향 안정화 구도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지만, 올해는 통화정책 이슈를 둘러싼 혼란이 없을 것이라던 예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초 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기대는 지극히 단순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이례적으로 가팔랐고, 그 결과 짧은 시간동안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인식이 컸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지속된 긴축을 통해 각종 물가 지표들에 비해 기준금리가 더 높은 수준을 형성함에 따라 ‘충분히 올릴 만큼 올렸다’는 평가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는 현재 금리는 정점에 있다는 인상 사이클 종료 시그널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높아진 금리를 낮추는 정상화 관점에서 인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불렀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올해도 꾸준하게 지속성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번번히 물가 지표들이 정점 확인 이후 느리게 떨어지는 이른바 '울퉁불퉁한(bumpy)' 물가 여건이 반복됐고, '타이트하다'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고용 지표의 호조는 확인될 때마다 과연 인하 자체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했다.

최근 시중금리의 동향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제히 상당수 물가 지표들이 시장의 사전 컨센서스와 치열한 외줄타기를 이어감에 따라 금리 상승을 불렀고, 고용,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 등 경기관련 지표들은 예상치를 의외로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보이며 금리 변동성을 키웠다.

높아진 시중금리 동향은 다시금 과연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한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까지도 야기했다. 그 결과 미국 국채(TB) 10년 금리는 올해 초 형성됐던 저점 수준에 비해 50bp(bp=0.0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실제 최근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 고용자수는 전월대비 30만 3000명 증가하며 월가 예상치인 21만 2000명을 크게 상회했다. 앞선 지난 2월 신규 고용은 5000명 하향 조정된 반면, 1월은 2만 7200명 상향 조정됐다. 또한 실업률은 3.8%로 예상치 3.9%를 하회하며 전월보다 낮아졌다. 그나마 임금상승률이 전년 동월에 비해 4.1% 상승하며 예상에 부합했다.

고용에 앞서 집계된 3월 ISM 제조업지수는 50.3포인트로 시장의 예상치인 48.1포인트를 큰 폭으로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기준선인 50포인트를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웃돌았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된 이후, 둔화될 것으로 봤던 제조업 경기가 다시 확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른 셈이다. 물론 연이어 발표된 ISM 서비스업 지수가 51.4 포인트로 2개월 연속 둔화되며 경기 판단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도 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과정을 통해 높아진 시중금리가 경기를 위축시켰을 것이라는 내러티브는 약화되는 모습이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징후나 유의미한 시그널과 관련해 경기나 물가와 같은 경제 펀더멘털 이슈들은 확연히 동력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미국 경제가 소비, 고용 등에서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관련한 인하의 설득력이 낮아지는 것과 달리 비(非) 미국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위한 여러 정황들이 꾸준히 수집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선진국 가운데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선 스위스와 유사한 사례들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 뒤를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논쟁을 펀더멘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 역시 향후 금리 동향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다름 아닌 현재의 금리를 인하한다는 의미가 아닌 정상화 관점에서 '금리 낮추기' 논의로 볼 수 있겠다.

보통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활용되는 논거는 경기나 물가와 같은 경제 펀더멘털 요인이다. 논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이해가 쉬울 뿐만 아니라 '고(高) 물가 인상, 저(低) 물가 인하'와 같이 도식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펀더멘털 요인들과 함께 자주 활용하는 금융여건 혹은 금융안정(불균형) 등에 대한 언급도 역시 도식화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종종 통화 당국자들을 통해 활용되고는 한다

반면 정상화는 도식화가 쉽지 않다. 곧바로 인과 관계가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중립금리, 잠재성장률 등과 같은 해당 경제의 구조적인 내용들을 함께 포괄한다는 점에서 금융시장과의 공감대 마련에도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상화는 다른 논거들에 비해 절대적인 수준 등을 근거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단 한번 방향성이 정해지면 논거 자체가 매우 확고할 뿐만 아니라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미치는 효과도 상당하다. 특히나 통화당국이 크게 구상하는 정책 기조를 정하는 것과도 서로 맥이 닿는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 나라의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더구나 해당 위원은 그간 매파적인 인물이란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정상화 언급은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제 펀더멘털이나 금융 여건과 같이 시의적절하거나 도식화가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통화당국이 생각하는 현 금리 수준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당분간 시중금리는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을 확대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여기서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상승 변동성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의지는 '정상화 관점에서의 높은 금리 낮추기'에 맞춰진 만큼 중장기 추세적인 금리 하향 안정화에 대한 구도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단기적인 금리 반등 혹은 변동성 확대와 중장기적인 경로 간의 차별화된 동향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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