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국 확대 모색…올해 사상 최초 방산 수출 200억달러 전망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폴란드 K2 전차 모습. 사진=현대로템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폴란드 K2 전차 모습. 사진=현대로템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 방위산업 기업들이 글로벌 무기 시장의 지형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무기 구매에 정치·외교적 변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이러한 변수에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가 최근에는 수출국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심지어 방산 시장에서 ‘꿈의 무대’로 손꼽히는 미국을 비롯, 다양한 국가와 수출을 논의중인 만큼 올해는 방산 수출국 다각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는 사상 최초로 방산 수출 200억달러(약 27조 8100억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이어 동남아 공략하는 ‘K방산’
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 등 주목

정부와 방산업계는 올해 목표인 방산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폴란드, 페루 등 6개국과 수출 계약을 완료했고, 남은 기간 총 15개국 이상에 무기 체계를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방산업계는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비롯해 중동, 동남아, 미국 등 수출 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5년 간 K방산의 수출 실적은 2019년 25억달러(약 3조 4763억원), 2020년 30억달러(약 4조 1715억원), 2021년 73억달러(약 10조 1507억원), 2022년 173억달러(약 24조 557억원)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135억달러(약 18조 7718억원)로 다소 감소했지만, 올해는 유럽, 중동, 아시아 등 기존 및 신규 바이어의 지속적인 수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시장에 이어 ‘K방산’의 다음 공략 지역은 동남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원(SIPRI)이 지난 3월 발간한 ‘2023년도 세계 무기 수출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상위 3개 국가는 폴란드(27%), 필리핀(19%), 인도(15%) 순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무기시장 규모는 미주·유럽보다 작지만 매년 국방비 지출을 두 자릿수 이상 늘리고 있다. 이에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산전시회(DSA)에 참석,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국과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석 청장은 말레이시아 국방장관과의 만남에서 지난해 5월 계약된 ‘FA-50’ 1차 수출 성과를 평가한 후 추가 2차 수출 방안과 FA-50 후속 군수지원 인프라를 말레이시아 현지에 구축하는 방안 등을 협의했고, ‘천무’와 ‘천궁-Ⅱ’ 등의 수출 협의도 진행됐다. 또 필리핀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는 ‘필리핀 3단계 군 현대화 계획’에 맞춘 분야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안보 갈등은 국내 방산업계에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군사 위협 증대, 군수물자 부족에 따라 각국 국방 예산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폴란드 이외의 해외 수주가 국내 방산 기업들의 올 하반기와 내년 실적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진출 국내 방산기업 등장?
LIG넥스원·KAI·HD현대重 가시화

올해는 미국 방산시장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방산시장은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곳인 만큼, K방산이 진출에 성공한다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앞당길 수 있다. 현지 업체 인수, 수출 계약 등으로 이르면 하반기에 진출이 가시화되는 국내 방산 기업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LIG넥스원은 지난해 미국 로봇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한 후, 현재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당국의 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수 절차를 무사히 마무리할 경우 미국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또 유도로켓 ‘비궁’도 다음 달 미국 국방부의 최종 성능 평가(FCT)를 앞두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다목적 전투기 'FA-50'의 미국 수출 기대감도 높다. KAI는 록히드마틴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개발 중인 FA-50 경공격기의 개량형 ‘TF-50’을 앞세워 미국 해군 고등전술훈련기 도입 사업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KAI가 미국 수출에 성공할 경우, 캐나다와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수출길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와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유지보수(MRO)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함정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필리조선소에 함정·관공선 설계 및 자재 패키지 공급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글로벌 방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북유럽부터 북미, 아시아·태평양, 중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앞다퉈 국방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출 주력 제품 발굴과 수출 연계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 등 우방국의 탄약, 미사일 재고 부족에 따른 방산 공급망 협력 강화와 수출 지속성 보장을 위한 핵심 소재·부품류의 글로벌 방산 공급망 리스크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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