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나혜리 기자]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중인 필리핀에서 한 소도시 시장이 중국인인 것으로 확인돼 '간첩' 혐의로 논란이다.

2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전날 성명을 내고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35) 시장 지문이 궈화핑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여성 지문과 일치한다고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이 확인했다.

앞서 혼티베로스 의원은 NBI에 2003년 13세의 나이로 필리핀에 특별거주비자로 입국한 중국 여권 소지의 궈화핑 지문과 궈 시장 지문 대조를 요청했고, 그 결과 동일인임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셔윈 가찰리안 상원의원도 필리핀 투자위원회와 이민국에서 입수한 궈화핑 명의 특별투자거주비자 사본과 중국 여권 사본을 근거로 궈 시장이 중국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비자에는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보이는 사진이 있었으며, 여권에는 궈화핑이라는 인물이 1990년 8월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기재돼 있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궈화핑이 '앨리스 궈'라는 이름을 필리핀인으로부터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가 필리핀인으로 가장한 것은 밤반시 유권자와 정부 기관, 모든 필리핀인을 크게 모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인인 궈화핑이 필리핀 시민 신분을 부정하게 얻고 시장직에 출마, 아주 힘 있고 영향력 있는 필리핀인들로부터 신뢰와 우정을 얻었다"고 비판하며 "이는 궈 시장의 공직을 박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농촌의 소도시인 밤반시 시장으로 타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궈 시장은 지난 3월 당국이 시장실 바로 뒤에 위치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쭌위안 테크놀로지'를 단속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곳이 실제로는 사람 수백 명을 가둬놓고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갈취하는 ‘로맨스 스캠’같은 사기 범행의 소굴이라고 밝히며 이곳에서 중국인 202명과 다른 외국인 73명을 포함해 감금돼 있던 700여명을 구출했다.

또한 조사 결과 궈 시장은 문제의 업장이 있는 부지의 절반과 헬기 1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궈 시장의 출신 배경과 경력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실은 중국인이 아니냐', '중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와 같은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주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궈 시장을 포함해 이 업소 설립자 등 14명을 밀입국 알선·인신매매 관련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궈 시장을 궈화핑이라고 언급했다.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로 불리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중국 본토 고객들을 겨냥한 투자로 2016년께부터 필리핀에서 확장된 사업이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 결과 실제 이들 업장에서는 밀입국 알선, 인신매매,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 행위와, 성매매 같은 온갖 범죄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단속 과정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복·훈장·계급장과 총 등이 발견되면서 이들 업장이 중국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한층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