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민의힘’ 지지율 동반 하락…여권 총선 비관론 확산
‘전광훈 목사’ 늪에 허덕이는 김기현 ‘친윤’ 지도부
이재명 물러난 민주당의 중도확장이 국민의힘 최대 악재
윤 대통령의 쇄신 결단 없으면 여권 총선 승리는 난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다시 30% 아래로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5%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4∼6일)보다 긍정 평가는 4%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9월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24%를 찍은 뒤, 11월 말부터는 30%대를 유지해 왔는데 20주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국갤럽은 “3월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대통령 직무 긍·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서 일본·외교 관계가 최상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주는 일본 비중이 줄고 외교 관련 언급이 늘었다”면서 “이는 최근 알려진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정황, 우리 정부의 대응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심화된 데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과 오염수를 둘러싼 논란 등이 계속된 데다가 최근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때문에 비판 여론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는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이 31%, 더불어민주당이 36%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한 것이고, 민주당은 3%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다.

리얼미터가 공개한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에게 더욱 충격적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4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06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은 33.9%, 민주당은 48.8%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하면서 양당 정당지지율 격차가 14.9%포인트까지 벌어진 결과다. (이상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의 이 같은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해 11월 3주의 33.8%에 근접한 수치다. 이런 결과에 대해 리얼미터는 “통상 정당 지지율 변화가 국정 평가 변동 폭보다 적고 안정적인 속성이지만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변동 폭은 대통령 평가보다 큰 현상이 연이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이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김재원 최고위원 등의 연이은 설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 홍준표 대구시장 ‘당 상임고문 해촉’ 논란 등의 악재가 이어졌지만 이를 해결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의힘의 추락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마다 편차는 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음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22대 총선을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인지라 이같은 여론의 흐름은 여권세력 전체에게 상당한 위기의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여전히 갇혀 있고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그런 야당을 상대로 하는 총선인데도 시간이 갈수록 비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드는 국민의힘의 상황은 정상적이지 못하다. 아무리 민주당이 잘못해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도 하락하는 별개의 흐름이 진행된다면 여권세력에게도 민주당 이상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굳이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지난 3.8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은 존재감을 잃은 여당이 되었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인데도 국민의힘은 국민의 기억에 남을 인상적이고 신선한 정치행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을 비판한다고 해서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나라를 변화시키고 책임질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실행할 때 국민들이 여당을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정치는 ‘민주당 때리기’의 반복일 뿐, 자신들이 믿을만한 집권세력이라는 평가를 국민들 속에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너무 구태의연한 과거 정당의 모습 그대로이다.

여기에는 김기현 대표의 취약한 리더십이 한몫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윤’(친윤석열)의 전폭적 지지 속에 김 대표가 선출되었지만, 그 이후 국민의힘은 리더십의 부재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정일체론’까지 거론했던 김 대표는 ‘용산’과 발맞추는 데만 주력할 뿐, 여당의 독자적인 위상을 세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여당으로 만들려는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친윤 일색으로 구성된 김기현 지도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당의 혁신을 위한 어떤 구상이나 프로그램도 내놓은 것이 없었다. 그저 대통령의 뜻에 맞추는 것만이 여당의 역할인줄로 착각하는 모습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5·18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4·3기념일은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을 하는 설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의례적인 경고성 얘기만 꺼낼 뿐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의 황당한 발언으로 전광훈 목사가 다시 관심 인물로 부상했고 국민의힘과의 관계가 조명받게 되었다. 그러자 극우 ‘아스팔트 보수’를 대표하는 전 목사는 국민의힘을 쥐락펴락하는 발언을 보란듯이 계속했다. “정치인은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치인은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지원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다” 등 마치 자신이 국민의힘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은 오만한 발언들이 잇따랐다.

당내에서도 하태경 의원 등이 나서서 “당이 전광훈 세력과 완전히 선을 긋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당원 가입서에 추천인으로 전광훈이라고 쓴 이중당적 당원들을 다 출당조치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광훈 세력의 손절’을 요구하는 당내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당원도 아니라는 식의 소극적인 선긋기만 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전광훈 세력 손절’ 요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김 대표는 느닷없이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과녁을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일이었다. 그동안 홍 시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거듭되는 설화를 놓고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 김 최고위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해왔다.

단지 그들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김 대표의 소극적인 대처를 지적하면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물론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분은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감정이 상했어도 그렇지, ‘전광훈 세력 손절’은 하지 않고 홍 시장을 해촉한 결정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 대표는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홍 시장이 전 목사와 당의 관계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김 대표를 비판한데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당장 홍 시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엉뚱한데 화풀이를 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고 홍 시장은 항변했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입당 30여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 참 어이없는 당이 돼가고 있다”고 해촉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는 야유성 비판까지 했다.

친윤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 김웅 의원 등 당내 비주류 정치인들은 홍 시장 해촉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갑작스럽게 상임고문 해촉 조치를 취한 배경으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얼마전 홍 시장이 방송에 출연해서 윤 대통령의 정치력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일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같은 국민의힘 내부의 반발들이 아니더라도 김 대표가 꺼내든 해촉 카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단히 감정적인 대응으로 비쳐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의 상임고문은 어떤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닌 명예직이다. 그런데 굳이 그런 자리에 대해 전례없는 해촉 조치를 취한 것은 ‘괘씸죄’에 따른 분풀이라는 시선을 낳게 된다. 공연히 이를 둘러싼 당내 이견과 갈등만 부각될 것이고, 국민의 눈에는 여당 내부의 분열이 심화되는 것으로 비쳐지게 되어 있다. 실익은 없이 분란만 부각시키는, 전혀 정치적이지 못한 조급한 결정이었다.

더구나 쓴소리를 한 홍 시장은 벌을 받는데, 정작 국민의힘을 ‘극우’로 비쳐지게 만든 문제의 근원인 전 목사 세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 물론 김 대표는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며 전 목사 쪽과 선을 긋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 목사가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이 김 최고위원의 발언 등에서 드러났는데도, 그의 영향력을 당에서 거세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들과는 정반대로 전 목사와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쓴소리를 한 홍 시장은 벌을 받고, 정작 전 목사 세력은 건재한 광경으로 비쳐지게 되었다.

점입가경의 광경은 지난 17일에 전 목사가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당초 국민의힘과의 결별을 선언할 것이라는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전 국민적 국민의힘 당원가입 운동을 전 목사가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전 목사는 "광화문에서 매일매일 김일성 세력과 싸우다 보니 그래도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정치세력은 국민의힘 뿐임을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국민의힘 당원가입 운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게다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제기되는 ‘전광훈 세력 손절’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힘을 기반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김일성 세력’과 싸울 것임을 밝힌 것이다. 결국 전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여온 김 대표의 리더십이 그의 목소리를 키운 셈이다.

과연 내년 4월의 총선을 김 대표의 리더십으로 치르는 것이 가능하냐는 문제를 국민의힘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당의 지지율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그런데도 상황을 반전시킬 별다른 대책이 없이 흘러간다면 윤석열 정부 집권세력에게 22대 총선은 식물정부로 가는 정치적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게 국회 과반 의석 확보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만드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집권했지만 국회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 환경에서 여권은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일단 과반 의석만 확보하면 총선 승리에 따른 힘이 생겨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가 가능해질 수 있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결과를 돌아보면 이같은 목표는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민심에 부응하는 자기 혁신을 이루었다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여론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으로 승리하는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두 당이 누가 누가 더 못하는가를 서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에게는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있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이긴다’고 국민의힘이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게 어부지리의 효과를 안겨준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영향이 총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해 온 검찰은 지난 3월 이재명 대표를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어 불구속으로 기소되었지만, 제1야당 대표가 총선정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당내 비이재명 그룹에서는 이 대표가 물러나 당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대표직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총선정국에서 당대표가 재판을 받는 상황은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지뢰밭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에 타격을 주는 어떤 새로운 내용들이 법정에서 등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자신이 재판을 받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혹여 총선에서 부진한 결과가 나올 경우, ‘이재명 책임론’이 자신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릴 수 있음을 알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 측에서는 총선 정국에 들어서면 뒤로 물러나고 제3의 인물이 당을 이끌며 총선을 치르는 ‘질서 있는 퇴진’을 구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이 대표가 물러나고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상황은 국민의힘에게는 최대의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게서 등을 돌리고 이탈한 층이 민주당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로막았던 최대의 장벽이 제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존재 때문에 ‘아무리 국힘이 싫어도 차마 이재명 민주당을 찍을 수는 없다’던 중도층들이 민주당을 선택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반(反)이재명' 정서에 기대어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누리던 상황이 종료됨을 의미한다.

만약 민주당에서 이 대표가 퇴진하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 같은 균형감 있는 중도성향의 인물이 당을 이끌게 된다면 22대 총선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

20대 총선때 민주당을 이끌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을 낳던 ‘친문’(친문재인) 후보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키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민주당은 기사회생한 경험을 갖고 있다. 상당한 당내 진통이 따르기는 하겠지만 김부겸 전 총리든 누구든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여 혁신공천의 승부수를 던진다면 관망하던 부동층들에게는 커다란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승부수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그렇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지금 이대로 ‘이재명 리스크’를 안고 총선을 치르면 낙선한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에 공유될 때 총선에 나설 후보들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길이든 가게 되어 있다.

총선 승리의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니, 국민의힘은 그런 상황의 변화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총선 전략을 짜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재명 리스크가 여전히 살아있는데도 민주당에게 역전당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보노라면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열쇠는 윤 대통령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 얘기는 현재 여권세력이 겪고 있는 위기 징후의 출발지는 윤 대통령이라는 의미이다. 당정일체만 생각하고 있는 여당이 용산의 의중만 살피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민의힘이 잘하고 못하고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 여당이 ‘용산바라기’가 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 따라서 상승하고, 하락해도 따라서 하락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한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국정운영의 기본에 대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출신 편향 인사는 ‘윤석열판 코드 인사’로 비판받아 왔고,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고 고집하는 통치방식은 불통 논란으로 연결되었다.

대선 때만 해도 중도확장성을 위해 중도층을 껴안으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윤 대통령의 입에서는 더 이상 ‘통합’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윤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도 그렇고 윤 대통령이 꺼내는 생각들을 접하다 보면 과거 실패했던 보수정부들과 무엇이 다른지 알기 어렵다.

미국 정보기관이 용산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태에 대해 대통령실이 꺼낸 입장들을 접하노라면 대통령실이 민심에 얼마나 둔감한가를 읽을 수 있다.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데 한미 양국의 평가가 일치한다”라거나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의 국익 때문에 우리의 국익이 침해당한 이 일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린 사건이었다. 민심을 헤아릴줄 아는 대통령실이라면 우선은 당당한 자세로 우리의 국익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최소한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를 미국 측에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도청을 당해도 할 소리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들의 자존심이 상처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정부든 국민을 실망시키고 비판받을 일들은 계속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비판을 겸허히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겸손한 리더십이다. 대통령실은 “항상 민심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의 신뢰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들의 편차가 큰 것은 사실이다. 조사 방식에 따라 신뢰하기 어려운 조사도 있으니 가려서 보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의 의미를 대통령실은 엄중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의 결과들은 피부로 체감하는 여론의 분위기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민심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게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국정운영에 특별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 여권세력에게 22대 총선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내부의 인적 개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개편에서는 주로 업무 평가 결과에 따른 실무형 인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총선에 출마할 일부 부처 장관들의 순차 개각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조만간 차관급이 중폭 규모로 물갈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내부 개편은 국민에게 변화와 쇄신의 신호를 주는 의미는 아니다. 민심이 실망하거나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귀를 열고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으면 여권세력에게 다음 총선은 대단히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다. 국민은 일방적 통치에 익숙해진 대통령이 아니라 초심을 잊지 않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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