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챗GPT가 쏘아 올린 인공지능(AI) 지각변동에 올라타겠다고 선언했다. 불과 얼마 전 AI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잠시 개발을 중단하자던 머스크의 또 다른 도박이다.

AI는 전기차, 로켓과 우주개발, 로봇, 트위터 정복까지 숨 가쁘게 이어져 온 머스크의 또 다른 목표다. 전기차 시장 경쟁 확산에 이어 야심 차게 준비한 로켓 발사까지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머스크는 지금껏 선발 주자로 살아왔다. 후발 주자로 나선 AI 시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머스크는 최근 AI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트루스(Truth) GPT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행적과 테슬라의 동향을 고려하면 AI 사업 진출은 예상은 됐지만, 기습적인 선언이었다.

최근 AI 개발을 잠시 중단하자는 지식인들의 서명에 동참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일각에서는 그가 AI 시장 참전을 위한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머스크는 누구보다도 뉴스라인을 달궈온 경영자다. 지난 수년간 그가 시도한 전기차와 민간 로켓이 급부상하면서 머스크도 특유의 쇼맨십만큼이나 ‘스타’로 급부상했다.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한마디 한마디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 머스크가 호적수를 만났다. 챗GPT다. 지난해 11월 이후 챗GPT가 쏘아 올린 공의 위력은 대단했다. 시장의 판이 AI로 급격히 돌아섰다.

머스크는 챗GPT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자신이 기초를 제공한 AI와의 정면 승부를 선택한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였다. 오픈 AI의 샘 올트먼 CEO는 머스크와 뜻을 같이한 동지였다.

머스크는 오픈AI 설립 후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섰다. 오픈AI가 만들어낼 미래 청사진의 전도사가 머스크였다. 올트먼과 머스크의 연합전선은 공고해 보였다.

머스크와 울트먼이 갈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픈AI 설립 4년 차인 2018년 머스크는 오픈AI의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지분도 처분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머스크와 오픈AI의 입장이 차이가 있지만, 주도권 갈등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픈AI의 키를 잡으려던 머스크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아예 산에서 내려온 것이다.

당시 머스크는 갑작스러운 결별에 대해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 주력해야 할 상황임을 거론했다. 당시 테슬라가 처한 상황은 이런 해명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주가는 추락했고 스페이스X의 성과도 부진했다.

반면 당시 오픈AI는 머스크의 사임에 대해 테슬라가 AI에 집중하면서 잠재적인 미래 갈등을 제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보도로 전해진 상황은 달랐다. 머스크가 오픈AI의 지휘권을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금은 오픈AI가 구글의 AI에 앞서지만, 머스크는 당시만 해도 오픈AI가 구글에 뒤졌다고 주장했다며 자신이 경영 전권을 잡겠다고 주장했고 올트먼은 거부했다.

위기는 다른 해법을 불러오는 법. 오픈AI는 머스크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자 약 6개월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새로운 후원자로 받아들였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머스크의 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그는 선뜻 10억달러를 내놓았다.

그리고 3년 후인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3를 공개했다. 세상 사람들이 챗GPT3가 연 AI 세상에 깜짝 놀라며 새로운 문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챗GPT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던 머스크는 분노했다. 미국 정보기술 매체 세마포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챗GPT3의 대성공에 대해 분노하고 챗GPT의 학습에 사용되던 트위터 데이터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정보가 챗GPT 발전에 쓰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머스크의 분노는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구글에 맞서기 위해 공개된 비영리 단체로 출발한 오픈AI가 폐쇄적으로 바뀌고 MS의 지배를 받는 영리 기업이 됐음을 강력히 비판했다. 때마침 머스크의 쌍둥이를 출산한 시본 질리스가 오픈AI의 이사직을 사임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머스크의 열렬한 지지자인 질리스가 오픈AI와의 불편한 동거를 마무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머스크에게도 AI 개발은 적잖은 부담이다. 챗GPT 수준의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수다. 이미 머스크가 1만개에 달하는 AI 학습용 반도체를 대량으로 엔비디아에 주문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는 오픈AI가 챗GPT를 학습시키는데 동원한 AI용 칩의 규모와 대동소이하다는 후문이다. 이 보도 후 머스크는 AI 시장 진출을 공언했다.

문제는 AI 칩의 가격이 치솟아 머스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H100 칩 가격은 최근 6000만원까지 호가하면서 주문이 몰리고 있어 머스크는 오픈AI와 비교해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확산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익을 포기하고 가격 인하로 승부수를 건 머스크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은 이 같은 우려를 낳고 있다. 월가에서는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차단하기 위해 테슬라가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도 부담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테슬라 주가를 폭락시켰던 요인이다. 때마침 스페이스X가 시도한 화성 탐사용 로켓 스타십 시험 발사도 폭발로 끝났다. 기대가 컸던 시험 발사는 여전히 많은 비용의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는 답안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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